월말정산

틈이 나는대로 꾸준히 기록하기. 블로그를 시작한지 어느덧 8개월정도가 됐지만 아직 미미하다. 올해는 조금 더 퍼스널 브랜딩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한다. 이 블로그와 별개로 공부내용을 기록하는 블로그도 만들었다.

1분기에 가장 큰 소비계획이었던 다이슨 에어랩을 1월이 되자마자 사게 됐다. 미국에 온 후로 쭉 쓰고 있던 드라이기가 갑자기 고장나버렸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지출에 출혈이 크긴했지만 어차피 사려고 했던거 하루라도 빨리 사길 잘한것 같기도 하다. 스타일링은 둘째치고 빗기만 해도 머리가 마른다는 점이 가장 좋다. 나처럼 머리만지는걸 굉장히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에게 꿀템이다. 진작 샀으면 머리 말리는데 쓴 시간과 말리기 귀찮아서 뭉그적대느라 버린 시간, 그리고 머리 말리기 싫다고 온갖 짜증을 다 내며 소비한 에너지를 아껴서 다른데에 쓸 수 있었을텐데.

연초부터 위염이 오는 느낌에 와서 음식섭취량을 줄이고 위염약을 며칠간 복용했다. 한달간 착실하게 주5회 이상 운동을 했다. 가볍게 바워크를 30분정도 하는 수준이지만 아침에 일어나 몸을 깨우는데에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아침에 더 잘 일어나게 되고 목과 어깨의 통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2월에는 아침마다 가볍게 걷기로 했다. 외국에 혼자 살다보면 가장 신경쓰게 되는건 역시 건강이다. 체력, 면역력에 특별히 신경쓰고 관리하자.

작년 2분기부터 준비해온 논문을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늦어지는 진행상황에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자괴감이 들었고 조급해졌다. 자꾸만 늘어지고 이런저런 수정을 거치는 과정에 교수님이랑 묘하게 계속 어긋나는 느낌이다. 내가 해서 공유하려고 열심히 해놨는데 교수님이 먼저 해서 공유해준다던가, 고치래서 고쳤더니 그게 아니라던가… 그렇다고 틀린건 아닌데 방식의 차이가 묘하게 보인다. 아무래도 일하는 스타일에 서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관심을 갖는 모든 분야에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버려야한다. 나에겐 덕질 유전자가 없어서 무언가를 끈질기게 파고드는 능력이 없다는걸 인정하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욕심에 스스로를 재촉하고 괴롭히는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한달에 1권씩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번달엔 두권을 읽었다.

여름방학을 대비해 방학기간동안 하는 Online course administrator에 지원했다. 데모티칭 10분짜리 녹화를 해야해서 스크립트를 짜고 줌레코딩으로 제출했다. 겨우 10분인데도 혼자서 떠드니 목이 너무 아팠다. 요리보고 죠리봐도 티칭은 적성에 안맞다. 연초에 사주아줌마가 나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티칭 잡을 갖게될 거라고 했는데 절대 그럴리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냥 컴퓨터랑 혼자서 일하는게 좋다.

어영부영 박사학위를 이어온지 벌써 4학기째다. 이번학기가 끝나면 2년을 꽉 채우는거다. 이 길이 맞는지 수도없이 많이 고민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착실하게 한단계 한단계 밟아왔다. 나에게 학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단순히 학위가 목적이라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굳이 미국까지 온데에는 이곳에서 학위 그 이상의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이 반드시 커리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젋을 때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했고, 공부 할거면 이왕이면 제대로 해봐야한다고 생각했다. 학위 이후의 커리어도 마찬가지. 박사학위의 의미와 해내는 과정부터가 결코 쉽지는 않지만 큰 꿈을 안고 온만큼 해볼만큼 해봐야 스스로 이곳에서의 시간을 후회하지 않을거라는걸 나는 안다.

전세계가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특히나 경제상황과 취업시장 등등 미국에서의 미래는 무엇하나 쉽지 않은게 없다. 누군가는 중간에 포기하고 석사학위만 받아도 이룬게 없는건 아니니 돌아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연구에 뜻이 큰것도 아닌데 박사학위를 마치는 것이 굳이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 아마도 한국에서 과장보도되는 미국뉴스와 연이은 빅테크 대량해고소식에 내가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뭘하든 쉬운 길은 없다. 유학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간다해서 귀국이후의 삶이 더 쉽고 편안하기만 한 것도 아니니까. 솔직히 취업시장은 한국이 더했음 더했지 미국의 상황보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박사집안에 박사나는거라는 말이 맞다. 우리집엔 박사가 없어서 굳이굳이 박사를, 그것도 미국에서 하겠다는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박사를 딴 후에 반드시 내 분야에서 연구자의 길을 가야하는건 아니다. 학계에 남아 연구자가 될 수도, 인더스트리에서 남들보다 약간 높은 레벨을 달고 일을 할수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의 직업을 갖게될 수도 있다. 미래의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나도 모른다. 나에게 학위 자체는 그저 몇년의 청춘을 갈아넣어 노동수명을 몇년 연장시키는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내가 이 분야에서 계속해서 일한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일이다.

해외에 혼자 나와 살면서 안정적인 월급, 가족과의 시간, 여유로운 여가생활을 비롯해 십년지기 친구들의 결혼과 같은 소중한 사람들의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고 미안하고, 이게 옳은건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나로 인해 강제로 롱디를 이어가고 있는 짝궁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나는 언젠가 학위 너머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현재에 충실하고 하고 있는 연구에 최선을 다할거다. 많은 것과 맞바꾼 미국에서의 유학생활을 후회하지 않도록. 힘들게 하는만큼 해서 손해볼 공부는 없다.

그래, 애를 넷이나 키우면서 하는 슈퍼맘도 있는데 뭐. 나도 잘할수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