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정산

🍀 마가 꼈다고밖에는 믿기가 어려울 만큼 별일이 다 일어났다. 8월은 정말 다사다난했으니 9월부터는 행운만 가득하길 바라면서 네잎클로버로 항목 표기를 해본다.

🍀 8월의 3분의 2는 한국에서 보냈다. 먹고 싶은 것도 많이 먹었고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냈다. 그중 일주일은 코로나 격리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지만, 그 또한 새 학기 시작 전 충분히 휴식을 취할 기회였다고 여기기로 했다.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한국에서 여기저기 다닌다고 푹 쉬지 못했었는데 다행히 격리 기간동안 증상이 미약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을 처리했다. 필요한 것들도 다 가져왔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 역시 험난했고, 오자마자 랩탑을 새로 사야 해서 마음이 쓰렸지만, 그래도 언제 또 한국에 갈 수 있게 될지 모르니 다녀오길 잘했다.

🍀 한국에 있는 동안, 특히 격리하는 동안,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간 살면서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 문득 깨닫게 된 감정들이 있다. 정도의 차이지 세상 많은 딸들이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모녀 관계에 대한 책도 몇 권 읽고 유튜브로 짧은 영상들도 보면서 엄마에 대한 나의 감정들을 조금 정리할 수 있었다. 솔직히 엄마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괜한 트러블을 또 만드는 꼴이 될 것 같아 엄마에게는 보여주지 않기로 했다. 뭐… 엄마와 딸의 관계라는 게 어쩔 수 없이 평생 그렇게 사는 관계가 되겠지. 엄마는 서운해하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조금 거리를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국에 돌아왔다. 이럴 땐 물리적으로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있는 게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한국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손목치료다. 우연히 괜찮은 병원을 찾게 돼서 4~5번 정도 주사 치료를 받았다. 마지막 2번은 병원 휴가와 나의 코로나로 받지 못해서 치료의 마무리를 못하긴 했지만, 그간 받은 치료만으로도 손목이 많이 좋아졌다. 괜찮아졌을 때 방심하면 안 된다고 해서 당분간은 무리하지 않고 조심조심하려고 노력 중이다.

🍀 개강을 했다. 방학 동안 놓친 연구를 이번 학기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도교수님을 드디어 실제로 만났다. 하지만 여전히 직접 대화는 해보지 못했다😅 다음 오피스아워 때 만나기로 했다.

🍀 돌아오자마자 개강을 하면서 짐 정리를 할 새도 없이 할 일이 쌓여버렸다. 무너진 생활패턴을 찾고 운동도 다시 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되돌리기가 쉽진 않다. 먼저 해야 할 일들을 끝내고 학교 일정들도 안정을 찾으면 서서히 돌려봐야겠다. 코로나 후유증인지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소모가 심하고 무기력해져서 더 힘들다. 가장 무서운 후유증은 그 무엇도 아닌 무기력증과 피로였다.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무척 슬프다.

🍀 인턴십 지원을 시작했다. 레쥬메를 재정비하고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하는 공고에 지원하고 있는데, 이번 연도 역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내년에도 인턴을 못하게 되면 어쩌나 싶다. 박사과정 중에 인턴을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졸업예정자를 우선으로 하고 다른 여러 조건도 맞지 않는 곳이 많은 것 같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