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정산

6월은 정말 별 일이 없이 무난히 지나간 한 달이었지만, 야속하게도 어느새 방학의 절반이 지났다. 여느때보다도 더 별일 없이 조용하게 같은 일상을 반복했다. 주중 5일은 짜여진 스케쥴대로 공부를 하고 일을 했지만 방학을 핑계삼아 주말엔 이틀을 쉬었다.

이룬 것이 있다면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 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새벽 4시, 5시에 기상하는 미라클 모닝은 아니지만 게을러지기 쉬운 대학원생이 아침마다 운동을 한다는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아침에 운동을 해서 좋은 점은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게 되었다는 거다. 눈 뜨자마자 핸드폰부터 집어드는 습관도 없어졌다. 이런저런 핑계로 스킵하거나 지키지 못하게 되는 저녁운동과 달리 아무도 나를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생산적인 하루를 보냈다는 뿌듯함이 크다.

한달동안 이루지 못한 것은 연구에 특별한 진전이 없다는 것인데, 연구가 원래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니 크게 속상하지는 않다. 내가 진전이 없으니 같이 하는 친구에게 팔로업도 제대로 못했다. 교수님과도 마지막으로 대화한게 꽤 오래되었다. 교수님에게 어느 타이밍에 무엇을 목적으로 연락을 해야하는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6월에는 책을 꽤 많이 읽었다. 낮에는 공부를 하고 저녁시간은 주로 책을 읽으면서 보냈다. 글쓰기와 블로그 운영에 관련된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점차 책을 쓰기 위한 글쓰기, 에세이쓰기 등등 쓰기의 영역이 확장되었고 블로그 운영에서 다른 SNS에 관련된 책, 마케팅, 퍼스널 브랜딩으로 이어지는 분야의 책을 읽게 된다. 투자와 부에 대한 도서와 자기계발서 목록도 꽤나 쌓아두었다. 분야를 조금씩 확장해나가면서 틈날 때마다 읽고 메모하고 잘 곱씹는 법을 배우고 있다. 블로그 포스팅은 40개를 넘겼다. 매일같이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한다. 자연스레 핸드폰을 보면서 딴짓으로 죽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의지를 다잡고 동기를 부여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여전히 공부에 몰두하는 건 어렵다. 기초지식을 잘 닦아놔야 연구의 기반으로 잘 써먹고 내년에 인턴이 뽑힐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알면서도 집중이 잘 안된다. 아마도 내년 인턴 모집이 9월즈음부터 시작될테니 학기 중에 인터뷰를 보게될 것을 대비해야한다. 아무래도 나만의 자료집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할 것 같다. 두루뭉실하게 그 즈음에는 이뤄놔야겠지 하는데 아직도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정확한 실체가 없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분명하고 정확한 목표를 세워야 성과를 이루기 쉽다는 걸 깨닫는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쌓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한국에 가져갈 선물들을 준비했다. 거의 다 가족들과 남자친구가 먹을 간식거리이긴 하지만. 가족들이 사다달라고 부탁한 것들도 조금씩 사두었다. 생각보다 친구들 선물은 준비를 안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까 작게나마 선물을 준비할까 싶은 마음도 있지만, 통장을 볼때마다 나 살기도 빠듯한 입장에서 굳이 뭘 사다줘야할까 싶기도 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나는 정말 나쁜 친구다.

9월에 아파트 계약 종료를 앞두고 lease renewal offer를 받았다. 요즘 우리 동네에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데다가 인플레까지 겹치면서 예상보다 훨씬 높은 인상률을 내놓았다. 미국 아파트는 원하는 기간동안 계약을 정할 수 있고 계약 기간에 따라서 월세가 조금씩 다른데, 가장 저렴한 오퍼인 14개월 계약이 지금 월세보다 무려 20%나 높다. 지금 집에 만족도가 높아서 10%정도 인상될 것을 감안하고 이사를 갈 생각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집을 알아봐야하나 싶다. 주변 다른 아파트들도 사정이 비슷하기는 마찬가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