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학원에서 코스웍은 중요할까??

“How much importance is coursework?”
우리 학교는 박사과정 입학생이라면 첫 학기에 반드시 들어야 하는 세미나가 있다. 이 세미나는 박사과정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대략적인 학업의 흐름과 논문 다루는 법, 지도교수와의 관계 형성, 코스웍, 취업, 코호트 학생들과 어울릴 기회 제공, 연구에 관한 전반적인 인트로 따위의 내용을 다룬다. 더불어, 첫 학기 동안 꼭 밟아야 하지만 처음 정착하면서 놓치기 쉬운 단계들을 적절한 시기에 놓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팔로우업을 돕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 번은 이 세미나에서 학과 교수님 몇 분을 초청해 질의응답을 하는 세션을 가졌는데 누군가 코스웍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물었다.

우리 과는 정해진 카테고리 내에서 최소 6개의 과목을 들어야 한다. 한 학기에 2과목 정도 들으면서 연구와 병행하는데, 지도교수님의 조언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과목을 더 듣기도 하고 원하는 과목이 원하는 학기에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코스웍을 끝내는데 2년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박사과정 5년 중 2년 안에 박사 자격시험(퀄)도 쳐야 하는데 어쨌든 수업을 들으면 과제와 시험으로 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 정도면 코스웍에 대한 부담이 적진 않다. 나 역시도 지난 1년간 4과목을 들었고 다음 학기에도 졸업 요건에 포함되는 과목 1개와 연구에 필요한 과목 1개를 수강 신청했다.

세미나에서 나온 질문에 교수님들의 답변은 “No, but yes"였다. 박사과정 학생에게는 코스웍보다 연구가 훨씬 중요하지만, 안 들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A+을 받기 위해서 주당 20~30시간씩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어떤 교수님은 자기가 아무리 코스웍은 중요하지 않다고 아무리 말해도 학생들이 듣지 않고 A+를 받기 위해 기를 쓴다며 한탄하셨다. 교수님이 언급한 학생이 A+을 위해 노력한 이유는 따로 있다. 세미나에서 학생들이 대놓고 이런 질문을 한 이유와 같다. 바로 펀딩이다.

당연히 학교마다 조건이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Graduate student assistantship, 쉽게 말해 박사과정 학생들이 받는 펀딩에 조건이 붙는다. TA든 RA든 Fellowship이든 돈을 주는 주체는 학교로 동일하기 때문에 펀딩을 받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Program requirement에 따라 졸업 최소 요건에 충족하는 과목들의 평균 학점을 3.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학기에 고작 2과목 듣는데 4.0 만점에 3.5를 유지하라는 건 각각의 과목에서 최소 A-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B+가 3.33/4.0, A-가 3.66/4.0이니 말이다. 수업의 난이도보다는 요구조건과 필요에 따라 수업을 선택하는 박사생들 입장에서 절대 쉽지 않다. 미국 대학은 대체로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서 부던히 노력해야 한다. 이걸 학점을 번다, ‘earn your grade'라고 표현한다. 상황이 이러니 “연구에 집중해 -> 그럼 수업은? 학점은? 펀딩은? -> 그래도 연구가 중요해 -> 시험도 보긴 봐야지 -> 연구 -> 학점 -> 연구 -> 학점 -> …” 도돌이표다. 코스웍 안 중요하니 연구에 더 집중하라는 입장과 펀딩 안 잘리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 계속해서 대립한다. 아무튼 이 이야기로 세미나에서도 꽤 열띤 토론을 이어갔던 것 같다. 아마도 모든 코스웍이 끝날 때까지 이러지 않을까 싶다🤣

석사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미국 대학들은 아주 많은 석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크게 비논문 석사와 논문 석사로 나뉜다. 논문 석사는 말 그대로 연구에 중점을 두고 학위 논문을 제출해야한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2년과정의 학위 프로그램이다. 논문 석사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경우라면 박사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는데, Ph.D 지원과정에서 성적표를 제출하고 학점이 심사요소로 반영되기 때문에 아주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반면, 비논문 석사는 졸업을 하는 데 논문이 필요하지 않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커리큘럼대로 코스웍만 마치면 된다. 짧게는 9개월(1 academic year)에서 길게는 2년까지 기간도 다양하다. 짧고 굵게 학위를 마치고 취업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많다. 이 경우에는 코스웍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코스웍이 대학원 과정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원하는 직무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목들과 학점을 잘 설계해야 약간의 플러스를 챙길 수 있다.

결론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본인이 판단해야 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학교가 제시하는 커리큘럼에 완전히 만족하진 않는다. 그래도 기본기를 다지는 데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성실하게 임했다. 간당간당하지만 첫 학기 학점도 다행히 맞췄다. 두 번째 학기 때는 첫 학기에 파악한 수업의 전반적인 난이도와 스타일을 바탕으로 시간분배를 더 적절히 할 수 있었고 더 좋은 성적을 받았다. 내 연구에 필요하다고 생각된 과목도 있었기 때문에 아주 쓸모가 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학점은 최소 조건만 맞추는 게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향인 것 같다. 굳이 1등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