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박사유학 장학금 받고 학교 다니기
펀딩만으로 살아남기 가능?!?
모두가 궁금해하지만 그 누구도 콕 집어 말해주지는 않는 돈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이 글은 오로지 참고용이며 각자의 펀딩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먼저 명시한다. 최소 5년동안 대학원을 다니면서 미국에서 생활하려면 총 얼마가 드는지가 궁금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 푼도 없이 유학을 갈 수 있다고? 내가 유학을 마음먹고 필요한 비용을 예상하고자 알아볼 때도 박사과정이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속시원하게 말해주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돈 얘기는 민감한 부분이라 쉽게 얘기를 꺼내지 않는걸 이해하지만, 진짜 저 말만 믿고 땡전 한 푼 없이 갔다가 똥줄타고 싶지 않다면 대략적이라도 금전적인 계획을 세우고 가는게 현명하다. 내 경우에 어느 정도의 몫돈이 필요했는지 정리해보겠다.
박사과정이 받는 펀딩만으로 정말 생활이 가능한지를 논하자면, 박사과정 학생으로서 학점을 조건에 맞춰 이수하고 졸업요건을 착실히 채워나가며 지도교수와의 트러블 없이 연구를 지속하면서 무탈한 박사과정을 보낸다(무탈하게 펀딩을 꾸준히 받는다)는 가정하에 생활이 ‘가능은’ 하다. 약간의 삶의 질을 포기한다면. 하지만 사람은 항상 비상시를 대비해야하는 법이지.
1. 등록금 면제와 스타이펀
우선, 등록금은 면제다. 지역 및 학교별로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최소 1년에 3만불 가량 되는 금액을 학교에서 대신 내준다. 이것만으로도 유학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석사로 입학한다면 고스란히 갖다 바쳐야하는 돈이니 말이다.
각자의 펀딩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등록금 면제 외에 assistantship이 더해진다. RA 또는 TA로 고용되어 주당 20시간씩 일하고 받는 stipend인데 이게 바로 월급이다. 미국은 2주마다 한 번씩 주급을 주기 때문에 계약된 1년 assistantship 금액을 주수로 나눠서 지급한다. 2021-2022 아카데믹년도에 내가 받은 스타이펀의 총 금액은 USD21,780으로 이 금액은 여름학기를 제외한 9개월동안 2주에 한 번 지급됐다. 주급으로 계산하면 대략 USD1,120에 약간 못 미친다. 여기에서 소득세를 빼면 USD900 중반이 채 안된다. 적게주면서 참 많이도 떼간다. 휴.
대략 한 달에 USD1,900이 된다고 치고 계산해보자.
2. 고정비용
다음은 USD1,900 중에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고정비용 리스트다.
- 월세 USD1,340 + 쓰레기수거 USD30 + pest control USD3
- 전기 USD30~USD40
- 수도 USD25~USD30
- 폰 USD25
- 인터넷 USD30
- 주유 USD25~USD30
- 자동차보험 USD155
나는 혼자 살기 때문에 학교에서 가깝고 주변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있고(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안전한 아파트를 선호해서 적자를 감안하고 월세를 조금 무리해서 지출하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스튜디오(한국 원룸)에 살려면 집의 위치와 낡음 정도에 따라 USD1,300~USD1,500정도의 월세가 필요하다. 룸메이트들과 같이 산다면 주거비를 USD200~USD500 정도 아낄 수 있다. 기숙사라고 결코 싼 것은 아니니 예산이 허용하는 선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 좋다. 수도, 전기는 달마다 변동이 있긴하지만 한여름에 에어컨을 아낌없이 틀어도 전기세가 USD40을 넘진 않으니 아끼려면 더 아낄 수 있다. 물론 자동차보험도 소유하고 있는 차종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한국 면허를 인정해주지 않는 주에 있다면 운전경험이 없는걸로 계산되서 더 비쌀 수 있다.
건강보험이 펀딩에 포함되어있어서 따로 지출하는 금액이 없지만 만약 펀딩에 포함되어있지 않다면 그 금액도 고려해야한다. 주마다, 그리고 학교마다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최소 한 학기에 USD1,300 정도는 예상을 해야한다. 아파트에서 요구하는 renter’s insurance도 분납을 할 경우 달마다 USD10정도 추가된다. 나는 일년치를 초기 정착비용으로 완납했다.
3. 변동지출
1인 가구라 생필품은 6개월~12개월에 한 번 정도 대량구매를 해두면 특별히 들어가는 비용이 없다. 코스트코 최고.
식비 역시 1인 가구라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 월 USD150정도로 충분하다.
이외에 주유비용 약 USD30, 학기마다 필요한 책을 사거나 소소하게 소비하는 스타벅스가 있다..ㅎ
비정기적인 지출로는 자동차정비를 해마다 해야하고 세금도 해마다 내야된다. 거기다 갑자기 차나 컴퓨터, 핸드폰이 고장나면 몫돈이 한 번에 나가게되니 어느정도의 비상금을 챙겨두는게 좋다.
<정리>
- 주유 USD30
- 식비+생필품 USD150~USD200
4. 초기 정착비용 - 각종 보증금 및 가구/생활용품 구매
미국에 와서 정착을 하는 동안 은근 자잘하게 돈이 많이 들어서 몫돈을 어느정도 구비해 오는 것이 좋다. 현금을 가져와서 은행 계좌를 트자마자 입금하거나 나중에 한국에서 송금받을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renter’s insurance 1년치 납입으로 약 USD130정도 지출했다. 자동차보험과 같은 회사에서 계약해 조금 할인 받았다.
전기회사에 deposit으로 USD150을 냈고, 아파트 계약 때도 deposit으로 USD500을 냈다.
나는 unfurnitured 아파트를 구해서 가구를 전부 샀다. 아마존에서 침대와 책상2개, 의자, 조명, 각종 생필품을 구매했다. 만약 가구가 구비된 집을 구하거나 중고로 무빙용품을 전부 양도받을 수 있다면 줄일 수 있는 비용이다.
자동차는 차가 필요 없는 대도시에 살거나 당장 살 계획이 없다면 여유자금을 조금씩 모아 몇 년 뒤에 구입하는 플랜도 가능하다. 아예 차가 없이 살 수만 있다면 자동차 관련 비용에서 크게 아낄 수 있다.
<정리>
- 집 보험 USD130
- 전기 보증금 USD150
- 아파트 보증금 USD500
- 중고차 USD9000
- 자동차 등록세(해마다 갱신) + 각종 절차에 따른 비용 USD500
- 기본가구 + 초기 정착 생필품 USD1000
5. 학교에 내는 비용
등록금을 면제해준다지만 학교에 내야하는 fee는 면제가 안된다. 시설사용료를 포함해 각기 다른 항목으로 계산된 비용으로 우리 학교는 한 학기에 대략 USD2,000이 조금 넘는다. 학기 시작 전에 완납하고 stipend를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학기 도중 stipend에서 감액하는 식으로 분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 주급이 약 USD600정도로 줄어들어서 매달 생활비가 적자가 나는 상황이 되고 마음이 아프지만, 완납하나 분납하나 어차피 내는 돈이므로 조삼모사다.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가려면 대충 얼마가 필요할지 정리해봤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 잘 따져보고 대략적으로 계획을 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한달 생활비 가계부를 상세공개해보도록 하겠다. 박사유학을 생각한다면, 석사에 비해 확실히 비용이 덜 드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무리 펀딩이 있다고 해도 갑작스럽게 거금이 필요할 때를 어느정도 대비해두고 오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