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원생은 여름에 뭐하고 사나
Summer internship 지원하기!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맞는 여름방학이다. 미국은 여름방학이 3~4개월 정도로 길기 때문에 헛되이 보내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특히 나는 이번 봄학기에 파이널 시험이 없었고, 프로젝트와 발표가 모두 시험기간 이전에 끝나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일주일 정도 학기가 빨리 끝나버렸기 때문에 다음학기 개강까지 대략 4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학교에서는 academic year가 시작된 9월부터 여름방학 계획에 대해 꾸준히 조언을 해줬다. 커리어 센터에서는 인턴십에 관한 자료와 채용공고를 꾸준히 보내줬고, 학과와 인터내셔널 오피스에서도 방학동안 할 수 있는 일과 비자에 대해 설명해주는 세미나를 주기적으로 열었다. Assistantship이 여름방학동안 없다고해서 펀딩을 아예 못받는 것은 아니다. 여름학기에 열리는 강의에서 TA로 일하거나 지도교수님으로부터 RA 자리를 받아 연구를 이어나갈 수도 있다. 나는 지도교수님을 결정한지 얼마 안됐고 박사 이전에 연구 경험이 없어 당장 RA를 받기는 어려웠다.
사실 나한테 여름방학 계획이 중요했던 이유는 우리 학교는 박사생들에게 주는 assistantship에 여름학기가 포함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나긴 방학동안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학교에서 일하는 것보다 인더스트리에서 인턴십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급여가 크고 실무 경험도 쌓을 수 있는데다가 그 회사가 있는 지역으로 여행을 갈 아주 좋은 핑계(?)가 생기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밌을 것 같았다. 직장을 다녔던지라 공부보다 일하는 게 조금 그립기도 했고. 미국 회사는 어떤 분위기인지도 궁금했다. 인턴십 지원자격이 주로 졸업예정자거나 박사 고년차를 대상으로 해서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고 난 아직 1년차니까 진짜 필요할 때를 대비해 경험삼는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러니 인턴십을 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생각에 지원해보기로 했다. 만약 해보다가 안된다면 TA 포지션을 구하기로 했다.
인턴십 지원하기
미국에서는 여름 인턴 모집을 전년도 가을부터 시작한다. 빠르면 9월부터 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하고 늦게는 4월까지도 채용이 진행된다. 별 생각 없이 지원을 시작했던지라 원래 가지고 있던 레쥬메를 조금만 수정해서 지원을 했다. 참 좋은 점이 한국과 다르게 레쥬메 하나로 모든 회사에 지원할 수가 있다. 채용 페이지에서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레쥬메를 업로드하면 5분만에 지원 끝이다! 미국의 이런 채용 절차가 너무 편리하고 좋다. 취준 때도 자소서 쓰기 싫어서 외국계만 골라골라 지원했던 나ㅋㅋㅋㅋ 아무튼 그렇게 몇 곳에 지원을 했는데 연락이 없는 게 아무래도 레쥬메가 빈약한 것 같아 보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시작할 때는 아무 생각도 기대도 없었지만, 주변 다른 친구들이 하나둘씩 연락을 받는 걸 보니 은근 초조해졌달까. 두어번 정도 레쥬메를 뜯어고치고 나니 점차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의 그 기분이란..! 한국에서 취준하던 시절보다 더 뿌듯했다ㅋㅋㅋㅋㅋ
미국에서의 첫 취업준비(?) 후기
대부분 1차 인터뷰는 비디오 인터뷰와 사전과제, 간단한 코딩테스트 정도로 나눠졌다. 이 단계를 통과해야 실제 사람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첫 비디오 인터뷰를 보기 좋게 말아먹고 올해에는 이 정도로 만족하자고 생각했었는데, 하나 둘 씩 다른 곳에서도 연락이 오게 되니 다음 단계에 대한 기대도 하게 되고 욕심도 났던 것 같다. 면접도 하다보면 는다고, 점차 준비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긴장도 덜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10여곳에서 인터뷰를 보고 그 중 두 곳은 파이널라운드까지 갈 수 있었다. 비록, 결과는 두 곳 다 불합격을 받았지만…ㅠㅠㅠ 마지막에 면접 본 곳이 거의 될 줄 알고 기대를 많이 했어서 불합 받고 너무 아쉽고 극복하기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인턴 채용 절차와 다양한 과제 유형을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이고 어떤 부분을 더 준비해야할 지 감이 생겼달까? 내년에 지원할 때는 조금 더 잘 준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내가 생각보다 대면 영어 인터뷰에 강하다는 거다! 비디오로 녹화할 때는 버벅댈까봐 엄청 준비 많이하고 했어서 대면에서도 버벅대거나 제대로 답변 못하면 어쩌나 긴장을 많이했는데, 생각보다 사람 앞에서 영어가 술술 나왔다ㅋㅋㅋㅋㅋ 그래도 회화 연습 필수… 더 유창해지고 싶다!!! 더 고급어휘 쓰고 싶다!!!
어쨌든, 이번 여름에는 TA로 일하면서 내년에 있을 prelim을 준비하고 한국에도 다녀오기로 했다. 내년 이맘때는 미국 다른 도시 어딘가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