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회사를 고르는 나만의 기준
내 능력을 극대화 시켜줄 회사는 어디?
"What is your dream company?"
언젠가 면접에서 내가 받은 질문이다. 내가 원하는 회사? 어떤 회사가 내가 원하는 회사일까? 높은 연봉? 보장된 정년? 극강의 워라밸? 내가 내면적으로도 커리어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회사는 어디일까. 그때의 나는 뭐라고 대답했더라.
최근에 대학 동기가 자신이 원하는 조건들을 포기하고 그냥 빨리 합격하는 회사에 가야 할지 고민을 털어놨다. 이 친구는 여러 사정으로 졸업을 조금 늦게 하게 됐는데, 현재 상황과 나이를 생각하니 대체 어디까지 지원해봐야 할지조차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제 막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취준생들에게 회사를 고르는 건 왠지 모르게 사치로 느껴진다. 온종일 랩톱 앞에 앉아 당장 나를 뽑아주기만 한다면 어디든 갈 기세로 공고가 올라오는 곳마다 지원한다. 직무는 다 비슷한 것 같은데, 수백 개의 회사에 전부 다 지원할 수는 없으니 그중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골라야 한다.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어떤 회사에 지원해야 할지는 막막한 게 당연하다. 짧은 시간에 파악한 한정적인 정보와 그것에서 드러나는 느낌만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데 처음엔 이 느낌이라 하는 것도 감이 잘 안 와서 들어본 회사라면 일단 지원서를 한 번씩 다 열어봤던 기억이 난다.
대체 내 능력을 제일 잘 발휘할 수 있게 해줄 회사는 어디인가? 업무환경이나 분위기는 같은 회사여도 팀마다 다를 수 있고 구성원이 바뀔 때마다 영향을 받기도 한다. 외부에서 이런 정보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에 처음에는 회사를 고르는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스스로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 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나의 경우, 글을 쓰는 게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x100 싫었다. 지금은 논문도 쓰고 블로그도 시작하고 전자책도 쓰면서 글과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높은 퀄리티의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많이 덜어냈지만, 그땐 왜 그랬는지 글쓰기가 싫었다. 논문 쓰기 싫어서 대학원은 절대 안 가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포기했다. 하기 싫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쓴 글은 아무리 용써봤자 바닥 친 자신감이 그대로 녹아있을 것이고, 그렇게 완성된 글이 절대 합격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채용 경쟁률이 몇천 대 1, 몇백 대 1을 기록하는데 모든 지원자의 글이 과연 읽힐까 하는 의문도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처음 몇 곳의 자소서가 있는 기업에 지원하다가 과감히 눈을 돌렸다. 쓰기 싫은 글에 억지로 희망을 담아 시간을 쓰느니 다른 것에 더 집중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때의 내가 가진 것은 어떤 수업에서 한 학기에 걸쳐 완성한 영어이력서 한 장이 전부였다. 한국의 알만한 기업들은 모두 자소서를 요구한다. 전형적인 한국의 채용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 전형적임에서 살짝만 눈을 돌리면 기존의 흔한 채용 절차를 파괴하고 채용 절차에 혁신을 만들겠다는 스타트업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오로지 이력서 1장으로만 보겠다는 것.
오, 그러면 최소한 면접까지는 갈 수 있겠구나, 심지어 이력서도 국문/영문 아무거나 형식에 상관없이 받는다니!
나에게 너무 완벽한 조건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나는 모두가 지망하는 대기업 또는 공기업에서 방향을 틀어 스타트업과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약간 자랑이지만 그렇게 지원한 회사들은 서류 단계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이 결심을 한 후로 나는 자기소개서나 경력 기술서를 요구하는 회사는 지원하지 않는다.
외국계와 스타트업에 지원할 때도 기준이 있다. 바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 고용인원인 5명을 넘는 회사만 지원하는 거다. 나는 회사의 규모가 5명만 넘는다면 10명이든 10,000명이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인원이 이 정도로 적으면 채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외국계 회사 중에서도 아주 소수의 인원만으로 이뤄져 있는 회사들도 있다. 이런 곳은 채용을 가뭄에 콩 나듯이 하므로 기회를 잡기도 어렵다. 시리즈 A, B, C 줄줄이 투자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적극적으로 채용을 하겠지만 소규모의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들은 추가 인원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 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임금을 받기 어렵다. 만약, 본인이 정해놓은 적정수준의 연봉이 있다면 평균 연봉이 그 아래로 가는 회사는 과감히 거들떠보지도 말자. 스타트업은 일이 많다. 잘나가는 스타트업일수록 더욱더. 본인이 개척해나가는 것에 별로 흥미가 없고 워커홀릭과는 거리가 멀며 안정된 분위기에서 정해진 일만 하는 걸 선호한다면 스타트업은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 있다. 회사의 규모와 네임벨류가 중요한 사람이라면 역시 스타트업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외국계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영어에 자신이 없다고 해서 외국계를 선택지에서 제외하라고 하고 싶진 않다. 대부분 영어가 필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해야 하는 건 아니다. 직무에 따라 영어 사용에 차이가 있고 회화가 유창하지 않아도 쓰기와 읽기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업무에 크게 무리가 없다. 때에 따라 외국인 사원의 비율이 낮거나 영어면접조차 아예 보지 않는 곳도 있다. 한국에 오랜 시간 동안 뿌리내린 기업이라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력서는 조금만 신경 써서 공들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큰 장벽이 아니다. 작정하고 외국계 취업을 준비한다면 못 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회사의 복지와 업무환경도 살펴본다. 최신형 맥북을 준다던가 간식이 무제한이라던가 금요일은 일찍 퇴근한다던가 야근과 회식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등등 혹할만한 복지로 치장한 친밀도 높은 채용공고에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이런 자랑은 100% 진실은 아닐 수 있다. 뭐, 나쁘진 않지만 이게 선택의 중요 요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당연히 업무이고 내가 그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성장 기회가 무엇이냐이다. 복지는 그냥 참고용 정도로 삼자.
직장에 다니게 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워라밸과 자율성이다. 솔직히 취업하기 전에는 열정이 넘쳤고 일이 많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거기다 틀에 박힌 일, 정형화된 일, 크게 자기주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잘 맞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생각보다 나의 의견을 주장하고 어떤 일을 주도해서 하는 걸 좋아한다. 발언권 없거나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환경은 견디기가 힘들다. 극강의 워라밸과 근무 유연성, 재택근무를 아주 선호하는 타입이라는 것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았다. 이 부분은 면접에서 은근슬쩍 물어볼 수 있다. 면접 끝자락에 면접관에게 회사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뭔지, 팀의 분위기가 어떤지,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환경인지에 관해 물어보면 대부분 흔쾌히 답해준다. 배울 점이 많은 동료들이 있는 것도 나에겐 중요한 조건이다. 그저 한 곳에서 안주하는 사람들보다 끝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일수록 소위 말해 고인물이 많을 가능성이 높고 그런 곳은 나와 맞지 않는다.
나는 고작 직장경력 3년이 다인 대학원생일 뿐이지만, 이제는 구직활동을 하는 데 있어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다. 세상엔 생각보다 다양하고 좋은 회사가 많다. 흔히들 꿈의 직장이라고 하면 대기업이나 공무원 또는 공기업을 언급하는데, 꼭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 조금만 열린 시각으로 둘러보면 나만 몰랐던 꿀직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꿈의 직장'이라는 것은 남들이 세워준 기준으로 정해지는게 아니다. 어떤 곳에서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나만의 기준으로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 내가 행복한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줄 회사를 찾아가면 된다.
이런 기준을 세우는 궁극적인 목표는 '성장'이다. 나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조급함 앞에서 내가 정한 기준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하면 절대 행복한 직장인이 될 수 없다. 한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돌이키기 몇 배로 힘든 상황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견뎌내서 다음, 그다음 커리어 패스까지 멀리 보고 고심해서 만족할만한 선택을 하면 좋겠다.
언젠가 면접에서 내가 받은 질문이다. 내가 원하는 회사? 어떤 회사가 내가 원하는 회사일까? 높은 연봉? 보장된 정년? 극강의 워라밸? 내가 내면적으로도 커리어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회사는 어디일까. 그때의 나는 뭐라고 대답했더라.
최근에 대학 동기가 자신이 원하는 조건들을 포기하고 그냥 빨리 합격하는 회사에 가야 할지 고민을 털어놨다. 이 친구는 여러 사정으로 졸업을 조금 늦게 하게 됐는데, 현재 상황과 나이를 생각하니 대체 어디까지 지원해봐야 할지조차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제 막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취준생들에게 회사를 고르는 건 왠지 모르게 사치로 느껴진다. 온종일 랩톱 앞에 앉아 당장 나를 뽑아주기만 한다면 어디든 갈 기세로 공고가 올라오는 곳마다 지원한다. 직무는 다 비슷한 것 같은데, 수백 개의 회사에 전부 다 지원할 수는 없으니 그중 내가 가고 싶은 회사를 골라야 한다. 경험이 없는 입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어떤 회사에 지원해야 할지는 막막한 게 당연하다. 짧은 시간에 파악한 한정적인 정보와 그것에서 드러나는 느낌만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데 처음엔 이 느낌이라 하는 것도 감이 잘 안 와서 들어본 회사라면 일단 지원서를 한 번씩 다 열어봤던 기억이 난다.
대체 내 능력을 제일 잘 발휘할 수 있게 해줄 회사는 어디인가? 업무환경이나 분위기는 같은 회사여도 팀마다 다를 수 있고 구성원이 바뀔 때마다 영향을 받기도 한다. 외부에서 이런 정보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에 처음에는 회사를 고르는 나만의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스스로에 대해 잘 파악해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 뭔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나의 경우, 글을 쓰는 게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x100 싫었다. 지금은 논문도 쓰고 블로그도 시작하고 전자책도 쓰면서 글과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높은 퀄리티의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많이 덜어냈지만, 그땐 왜 그랬는지 글쓰기가 싫었다. 논문 쓰기 싫어서 대학원은 절대 안 가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포기했다. 하기 싫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쓴 글은 아무리 용써봤자 바닥 친 자신감이 그대로 녹아있을 것이고, 그렇게 완성된 글이 절대 합격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채용 경쟁률이 몇천 대 1, 몇백 대 1을 기록하는데 모든 지원자의 글이 과연 읽힐까 하는 의문도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처음 몇 곳의 자소서가 있는 기업에 지원하다가 과감히 눈을 돌렸다. 쓰기 싫은 글에 억지로 희망을 담아 시간을 쓰느니 다른 것에 더 집중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때의 내가 가진 것은 어떤 수업에서 한 학기에 걸쳐 완성한 영어이력서 한 장이 전부였다. 한국의 알만한 기업들은 모두 자소서를 요구한다. 전형적인 한국의 채용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 전형적임에서 살짝만 눈을 돌리면 기존의 흔한 채용 절차를 파괴하고 채용 절차에 혁신을 만들겠다는 스타트업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오로지 이력서 1장으로만 보겠다는 것.
오, 그러면 최소한 면접까지는 갈 수 있겠구나, 심지어 이력서도 국문/영문 아무거나 형식에 상관없이 받는다니!
나에게 너무 완벽한 조건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나는 모두가 지망하는 대기업 또는 공기업에서 방향을 틀어 스타트업과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기 시작했다. 약간 자랑이지만 그렇게 지원한 회사들은 서류 단계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이 결심을 한 후로 나는 자기소개서나 경력 기술서를 요구하는 회사는 지원하지 않는다.
외국계와 스타트업에 지원할 때도 기준이 있다. 바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 고용인원인 5명을 넘는 회사만 지원하는 거다. 나는 회사의 규모가 5명만 넘는다면 10명이든 10,000명이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인원이 이 정도로 적으면 채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외국계 회사 중에서도 아주 소수의 인원만으로 이뤄져 있는 회사들도 있다. 이런 곳은 채용을 가뭄에 콩 나듯이 하므로 기회를 잡기도 어렵다. 시리즈 A, B, C 줄줄이 투자에 성공하며 승승장구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적극적으로 채용을 하겠지만 소규모의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들은 추가 인원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 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임금을 받기 어렵다. 만약, 본인이 정해놓은 적정수준의 연봉이 있다면 평균 연봉이 그 아래로 가는 회사는 과감히 거들떠보지도 말자. 스타트업은 일이 많다. 잘나가는 스타트업일수록 더욱더. 본인이 개척해나가는 것에 별로 흥미가 없고 워커홀릭과는 거리가 멀며 안정된 분위기에서 정해진 일만 하는 걸 선호한다면 스타트업은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 있다. 회사의 규모와 네임벨류가 중요한 사람이라면 역시 스타트업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외국계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영어에 자신이 없다고 해서 외국계를 선택지에서 제외하라고 하고 싶진 않다. 대부분 영어가 필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원어민 수준으로 유창해야 하는 건 아니다. 직무에 따라 영어 사용에 차이가 있고 회화가 유창하지 않아도 쓰기와 읽기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업무에 크게 무리가 없다. 때에 따라 외국인 사원의 비율이 낮거나 영어면접조차 아예 보지 않는 곳도 있다. 한국에 오랜 시간 동안 뿌리내린 기업이라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력서는 조금만 신경 써서 공들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큰 장벽이 아니다. 작정하고 외국계 취업을 준비한다면 못 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회사의 복지와 업무환경도 살펴본다. 최신형 맥북을 준다던가 간식이 무제한이라던가 금요일은 일찍 퇴근한다던가 야근과 회식은 절대 하지 않는다 등등 혹할만한 복지로 치장한 친밀도 높은 채용공고에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이런 자랑은 100% 진실은 아닐 수 있다. 뭐, 나쁘진 않지만 이게 선택의 중요 요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당연히 업무이고 내가 그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성장 기회가 무엇이냐이다. 복지는 그냥 참고용 정도로 삼자.
직장에 다니게 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워라밸과 자율성이다. 솔직히 취업하기 전에는 열정이 넘쳤고 일이 많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거기다 틀에 박힌 일, 정형화된 일, 크게 자기주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잘 맞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생각보다 나의 의견을 주장하고 어떤 일을 주도해서 하는 걸 좋아한다. 발언권 없거나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환경은 견디기가 힘들다. 극강의 워라밸과 근무 유연성, 재택근무를 아주 선호하는 타입이라는 것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았다. 이 부분은 면접에서 은근슬쩍 물어볼 수 있다. 면접 끝자락에 면접관에게 회사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뭔지, 팀의 분위기가 어떤지, 개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환경인지에 관해 물어보면 대부분 흔쾌히 답해준다. 배울 점이 많은 동료들이 있는 것도 나에겐 중요한 조건이다. 그저 한 곳에서 안주하는 사람들보다 끝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일수록 소위 말해 고인물이 많을 가능성이 높고 그런 곳은 나와 맞지 않는다.
이 글에 소개한 나만의 기준을 정리하자면 아래 정도가 된다.
- 배울 게 많은 동료들이 있는 환경인가?
- 자소서를 요구하는 곳은 지원 x
- 스타트업/외국계도 ok
- 고용인원 5명 이상
- 평균연봉이 기대연봉에 부합하는가?
- 삶의 질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워라밸과 자율성
이외에도, 여기서 소개하지 않은 몇몇 소소한 조건들도 더 있다.
나는 고작 직장경력 3년이 다인 대학원생일 뿐이지만, 이제는 구직활동을 하는 데 있어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다. 세상엔 생각보다 다양하고 좋은 회사가 많다. 흔히들 꿈의 직장이라고 하면 대기업이나 공무원 또는 공기업을 언급하는데, 꼭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 조금만 열린 시각으로 둘러보면 나만 몰랐던 꿀직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꿈의 직장'이라는 것은 남들이 세워준 기준으로 정해지는게 아니다. 어떤 곳에서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나만의 기준으로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 내가 행복한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줄 회사를 찾아가면 된다.
이런 기준을 세우는 궁극적인 목표는 '성장'이다. 나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한 과정이다. 조급함 앞에서 내가 정한 기준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하면 절대 행복한 직장인이 될 수 없다. 한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돌이키기 몇 배로 힘든 상황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견뎌내서 다음, 그다음 커리어 패스까지 멀리 보고 고심해서 만족할만한 선택을 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