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학원? 각각의 장점을 알려드립니다

From (전) 외국계 직장인 (현) 미국 대학원생

졸업 후 취업을 할지, 아니면 대학원을 가야할지에 대한 고민은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심각하게 파고들어봤을 문제다. 취업과 대학원 모두 경험해본 사람으로써 내 생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나도 대학교 3~4학년 때즈음 대학원을 갈지 잠시 생각했던 적이 있다. 연구에 대한 진지한 열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 때 당시에 학부와 석사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학부 수업에 추가로 몇 과목만 더 들으면 석사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교수님이 대학원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됐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나는 졸업 후 취업을 선택했다. 그런데 돌고 돌아 결국 대학원으로, 그것도 미국으로 유학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왜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까?

취업의 장점

취업의 가장 큰 장점은 또래 집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가장 많이 어울리는 집단은 바로 ‘과 동기, 선후배들'이다. 많아봐야 20대 중반정도인 또래 대학생들을 가장 많이 만나는데 전공도 비슷하고 하는 일도, 계획한 미래도 다 비슷비슷하니 마치 내가 사는 세계가 전부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래 외의 주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교수님뿐인데, 그 분들 역시도 같은 전공을 하는 사람들이고 대학교 다니면서 교수님과 친하게 지낼 일이 뭐가 있겠나. 제대로 된 대화도 한 번 나눠보지 않고 졸업하는 학생도 많을거다.
그러다 취업을 하면, 직장에 들어감과 동시에 만나는 사람들의 다양성이 무한 확장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과 만난다. 좋던 나쁘던, 어떤 측면으로든 배움의 연속이고 세계관 확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저 사람처럼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것도 배우는 것이고, 나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본 남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나도 한 번 해볼까?‘하는 것도 배움이다. 밤을 새가며 과제에 열을 올리는 학생시절과 다르게 일과 삶을 적절히 분리하는 법도 배운다.
거기에 덤(?)으로, 대학 4년 동안 공부한 지식들이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배울 수 있다. 사실 학과 공부를 하면서는 도대체 이걸 어디에 어떻게 써먹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그 실체를 알게 되는거다. 나중에 대학원을 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실무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른채 깊게 파고 들기만 하는 것보다 내가 하는 연구가 어느 분야에 활용될지, 이 기관에서는 왜 이 연구를 시키는건지 등등 실용성을 내가 체감하는 것과 모르는 것은 아주 다르다. 전공과 무관한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직장경력이 대학원과 아주 무관하지 않다. 어떤 경력이던지간에 잘 써먹으면 다 써먹는다. 직장인이라면 다들 각종 사회생활 스킬과 노련함이 있지 않은가(찡긋).
취업의 과정을 한 번 겪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사회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고 내가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키워야하는지 알 수 있다. 어차피 대학원을 나왔다고 해서 취업 과정이 쉬운 것도 아닌데, 학사일 때(=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한 번 겪어보면 실패에도 타격이 덜하다.

대학원의 장점

나는 졸업 후 바로 대학원으로 진학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케이스로써 그런 친구들을 볼 때 내 입장에서 조금 부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내가 박사과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크게 다가오는 부분들이다.
첫 번째는 학부연구생부터 시작해 석사를 마치고 박사에 진학한 친구들은 충분한 연구경력이 있다. 논문을 내는 일련의 과정들을 미리 알고 있고 연구를 하는 데 있어 각자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다. 그 동안 소소히 쌓아온 논문 실적도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어떤 주제로 연구를 시작해야할지 몰라 헤매고 있을 때 이들은 이미 자신들이 쌓아온 아이디어가 있고, 이전에 했던 연구의 후속연구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전공공부도 많이 했을테니 전공지식 면에서도 나보다 나은 것 같다. 만약, 학계에 남는 것을 염두해두고 있다면 아주 큰 장점이다.
대학원의 또다른 장점은 바쁜 와중에도 상대적으로 시간관리가 자유롭다는 것이다. 연구실마다 출퇴근시간을 정해두는 곳도 있긴 하지만, 회사에 묶여있느라 은행도 맘대로 못가는 것보다야 낫다.


진로 선택에 정답은 없다. 고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선택했다면, 뒤돌아보지 말자. 후회해도 돌아가는 방법은 없고 그냥 스스로만 갉아먹는다. 과거의 선택이 싫고 현재가 마음에 안 든다면 마음에 드는 내일을 만들려고 노력하자. 취업이든 대학원이든 자신의 선택을 믿고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