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은 질문 642
밀리의 서재에서 글쓰기 카테고리를 뒤적거리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글쓰기 좋은 질문 642라는 책인데, 말 그대로 642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글감 모음집이다. 종이책에는 하단에 메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하는데 전자책 버전에는 빈 곳 없이 한 페이지가 질문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것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졌습니다.
당신 안에 숨어 있던 이야기를 꺼내는 질문, 당신 안에 멈춰 있던 창조성을 깨우는 질문.
여기 642개의 질문은 창조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의 예술가 35명이 당신께 전하는 영감의 메시지입니다.
$-$ 포 브론슨 &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GROTTO
책에 삽입된 기획의 말에 따르면 편집장의 제안으로 글감 642개를 모으게 됐다고 한다. 642라는 숫자는 그냥 이유 없이 나온 숫자인데, 저자인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GROTTO에 소속된 작가들은 하루 만에 이 모든 아이디어를 모았다고 한다. 책을 이용하는 방법은 아주 쉽다. 순서 없이 마음에 드는 질문을 골라 자유롭게 글을 쓰는 거다. 저자는 질문들을 있는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하거나 질문에 대한 답으로 글을 완성하고, 아니면 그저 생각만 떠올리며 창의력을 깨워보라고 한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단어만으로 답을 할 수도, 몇 페이지가 넘는 긴 글을 쓸 수도 있다.
매일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를 하면서 소재 고갈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아직은 그날그날 떠오르는 대로 몇 줄 적고 있지만 100일에 가까워질수록 쓸거리가 없어질 것 같았는데 마침 이런 책을 발견했다. 떠오르는 소재가 없을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100일 글쓰기가 끝나면 여기에 있는 글감만으로 글을 쓰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내 생각의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도 되겠지.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질문들도 있지만 깊이 생각해보아야 하는 철학적인 질문들도 많다. 아예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요구하기도 한다. 상상을 펼치고 소설을 쓰거나 내 경험을 돌이켜보기에도 좋다. 내 방식대로 질문을 변형해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연습도 될 것 같다.
책에 수록된 642개의 글감 중 흥미로운 몇 가지를 소개한다.
#007. ‘응’,‘음’,‘어…',‘으음…‘만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써보라.
#012. 한 여인이 채용된 지 일주일 만에 해고당하는 장면을 글로 써보라. 참고로 지금 이 여자를 해고하려는 사람은 일주일 전만 해도 그녀의 채용에 아주 적극적이었다.
#014. 당신이 마치 책 속의 인물인 것처럼 자신의 외모와 성격을 3인칭 시점으로 묘사하라.
한번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글감. 꼭 한 번 정성들여 써봐야겠다.
#056. 노벨상을 받고 싶은가, 록스타가 되고 싶은가?
#066. 어떤 방법으로 죽을지 선택하라.
#101. 당신은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다. 식사 중에 친구가 전화를 받는다. 친구가 통화하며 말하는 것만 써보라.
#143.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과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 모습
14번 질문과 같은 맥락.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물어볼 기회를 만들기.
#265. ‘메리엄-웹스터’ 사전 사이트에 들어가 ‘오늘의 단어'를 찾아보라. 그 단어를 이용해 이야기를 써라.
#339. 당신이 책상에 앉아 뭔가를 쓸 때 경험하는 내적 독백을 표현하라.
#385. 당신의 수학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모두 써라.
#450.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와 문화에 관심이 있을까? 그 이유는 무엇인가?
#491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 20년 뒤에 어떤 것이 사라질까? 그리고 무엇이 그것을 대체할까?
#535.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공적인 것이어야 하고, 무엇이 사적인 것이어야 하는가? 요즘 이 말들은 어떤 의미로 쓰이는가?
#635. 진심으로 믿었는데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던 건 무엇인가?
#642. 당신의 부고를 작성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