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리뷰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은 저자가 만난 ‘어른'들의 말을 모은 인터뷰 모음집이다. 평균 나이 72세, 저자가 만난 어른 16명의 공통점은 바로 나이가 들었음에도 일하는 즐거움을 놓지 않고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들이 사는 행복이었다.
살다 보니 인생이 별게 아니야. 재밌게 사는 게 제일이야.
$-$ 배우 윤여정
잃는 것과 얻는 것이 공평하니 자기가 가진 만큼 하고 능력도, 체력도 10퍼센트는 남겨 둬야 한다는 디자이너 노라노의 말은 어쩐지 위로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사회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하게 노력한다. 100%도 모자라 자신의 120%, 150%를 갈아 넣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과정에서 직업과 나를 동일시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수명을 단축할 뿐 아니라 행복을 갉아먹고 있다는 걸 쉽게 깨닫지 못한다. 정치학자 강상중 역시 비슷한 말을 한다. 자신을 궁지로 내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게 참 따뜻하다. 내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과 내 능력의 적정치가 어디인지 스스로 가늠하려면 누구보다 나에 대해 잘 알아야겠지.
남이 내 비위 안 맞춰줘요. 내가 먼저 내 비위 맞추고 나면, 남의 비위도 즐겁게 맞출 수 있어요.
좋은 마음이 생기면 주저하면 안 돼요. 머리에 떠오르면 바로 액션을 해야 한다고.
직업은 소중하되 사람을 구속하니, 스스로 인간으로 살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 디자이너 노라노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것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는 거죠. 하나의 일에 전부를 쏟아붓지 않는 것, 스스로를 궁지로 내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정치학자 강상중
좋은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 20대를 잘 즐기는 것, 괜찮은 30대를 맞이하는 것,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고 원하는 것을 이뤄갈수록 나이가 듦에 대한 가치관도 변한다. 어떤 시점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표면적으로 성공한 삶을 사는 것보다 적어도 괜찮은 어른으로 인정받는 게 어떤 면에서 훨씬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멋모르는 학생 때는 ‘저 사람처럼 돼야지'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저 사람처럼 되지는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잘 늙는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가 보다. 나는 닮고 싶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른이라고 행세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염치를 가지고 지킬 걸 지키면 어른으로 대접받는 거죠.
$-$ 배우 이순재
인터뷰를 읽으면서는 몇 달 전 인터넷 기사를 통해 봤던 97세 피아니스트가 떠올랐다. 낭만파의 거장 라흐마니노프의 생존해있는 유일한 제자라고 한다. 6살부터 9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피아노를 연주했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배운다니. 나이가 들어도 배움의 자세와 겸손함을 잊지 않아야 함을 배운다.
20대에는 ‘서른까지만 연주해야지'라고 생각했고, 서른이 되자 ‘마흔이 되면 은퇴해야지'라고 결심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아흔까지 오게 됐다"면서 “지금도 여전히 연주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운다. 음악은 내게 삶과 사람들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 피아니스트 루스 슬렌친스카
거의 한 세기의 풍파를 삶에 담은 사람들로부터 일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이제 막 문턱에 들어선 햇병아리 주제에, 커리어의 종점을 50~60대쯤으로 막연하게나마 가늠하고 있던 나에게 이 책에 담긴 어른들의 말씀은 새로운 자극으로 돌아왔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기, 그러다 보면 어느새 더 나은 내가 되어있을 거라 믿는다.
뛰어난 것은 반드시 발견됩니다.
$-$ 디자이너 하라 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