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착 기록 (3)
2021년 8~9월 월말정산
미국에 와서 정착하는 동안 짧게 써두었던 기록을 발견했다. 거의 1년쯤 지나서 기억을 떠올려보니 감회가 새롭다.
8월 월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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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정말이지 바쁘게 보낸 달이었다. 미국에 왔고, 정착하느라 이런저런 행정처리에 쫓겨다니고, 개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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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와서는 모든 걸 2번씩 했다. 운전면허에 떨어져서 로드테스트를 2번 치느라 새벽부터 DMV 앞에 가 몇 시간을 기다리고, SSN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가져가지 않아서 스케쥴을 다시 잡았다. 안 그래도 될 일에 바보같이 구는 해프닝이 많이 생겼다. 그래도 별탈없이(?) 무사히 당장 해야하는 일들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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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집에서 학교가 멀지만, 그래도 집이 마음에 들어서 만족스럽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넓고 주변 인프라도 잘 되어있다. 월세가 비쌀지언정 주변 다른 아파트의 스튜디오들보다는 저렴한 편이고 조용하고 관리도 잘해준다. 어차피 이사할 엄두도 안 나고 여유만 된다면 이 집에 계속 살고 싶은데, 월세가 계속 오른다면…어쩔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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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하니 본격적으로 모든 게 시작되었다. 공부가 아니라 일을 하러 왔던 거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하지만 여기서 직장을 잡으려면 공부는 필수 코스이니 그것도 어쩔 수 없지. 열심히 버텨내는 수 밖에. 이번 학기는 이론 수업 위주로 듣는데, 매주 시험과 과제가 있어서 부담이 크다. 코스웍 같이 듣는 친구도 아직 많이 못 사귀어서 진짜 심각하게 부담이 크다. 매일같이 복습하고 공부해도 나만 정체되어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앞으로 4년은 이번 학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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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연구분야로 학교에서 임시 매칭해 준 교수님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을 묶어 스터디 그룹을 결성해주셔서 그 그룹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직 정식으로 리서치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내가 관심 있는 분야고 교수님 랩에 있는 학생들이 하는 연구도 재미있어 보여서 아마도 교수님과 잘 맞는다면 이 분 밑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한 학기라도 빨리 TA 안하고 RA로 들어가고 싶다ㅋㅋㅋㅋㅋㅋ 티칭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 길이 아닌 것 같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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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 게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8월에는 많은 일을 했고,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앞으로 12월까지 최선을 다해 버텨봐야지. 그렇게 버티다보면, 어느샌가 결과물이 뚝딱 만들어져 있을 거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해보자 나자신!!
9월 월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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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고민이 깊어지는 달이었다. 여러 한국인 선배분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얻었지만, 그럴수록 지도교수 결정과 연구 분야에 대한 고민으로 스트레스를 꽤나 받았다. 1년차때까지 여유가 있다지만 선배님들과 교수님들은 빨리 결정하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셔서 뭔가 재촉당하는 느낌인데,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제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심리적으로 방황을 많이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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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매칭되어 들어간 교수님의 랩미팅은 정말 재미가 없고 무엇을 하고 있는건지 조차 이해하기 어려운데 이해하고 싶을 정도의 흥미가 생기지 않아 그만둘까 고민을 하고 있다. 교수님도 학생에게 크게 관여하거나 신경쓰시지 않는데 미팅 갈 때마다 프로그레스를 물어보셔서 나처럼 방황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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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비슷한 연구주제를 하고 있는 다른 2년차 학생을 알게되서 그쪽으로 연락을 해봤더니, 이번 학기를 어떻게 보낼지 플랜을 하고 있고 나를 끼워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쪽 교수님에게 이메일을 보냈는데….장렬히 씹혀버렸고…. 팔로업을 한 번 정도 할 생각이지만 그래도 거절인 것 같다. 학생을 구하지 않는 건지, 내가 관심을 보이는 프로젝트가 교수님의 주요 프로젝트가 아니어서 그런건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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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펀이 생각보다 얼마 안되는데 생각 이상으로 세금을 떼버려서ㅠㅠㅠ 정말 한 달 살기가 빠듯하다 못해 적자다 적자ㅋㅋㅋㅋ 이번달은 필요한 것들을 계속해서 사고 첫 달 고용 기간이 한달 꼬박 채운 건 아니라 돈이 더 적기도 했지만…. 앞으로…모아둔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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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간고사도 얼추 끝났고 과제도 없고, 지금으로썬 연구도 안하고 있으니 조만간 다가올 Fall break은 마음 놓고 쉴 수 있을 것 같다. 여행 고민만 하다가 비행기표를 못 끊어서 멀리는 못 가지만.. 그동안 미뤄뒀던 주변 관광이라도 하고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