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필사

100일 글쓰기 챌린지 Day 74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한 번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하지만 답해야 마땅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씩 찾아보기로 했다. 오랫동안 잊어 왔던 ‘나'라는 사람에 대한 탐구를 말이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색같이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자주 하는 취미 활동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인상 깊었던 영화는? 닮고 싶은 인물은? 삶에서 추구하는 것은? 등 다양한 질문을 떠올리고 그에 대한 대답을 준비했다. 마치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 같기도 했다. 이름을 붙이자면 ‘인생 면접 질문'이 되겠다. 여러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뻔하고 천편일률적이었다. 개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화를 꼽으려고 해도 친구들과 봤던, 스토리도 가물가물한 몇 편의 영화 중에 고르려고 하니 썩 마음에 드는 게 없었따. 감명 깊게 읽은 책을 고르려고 해도 읽은 책이 많아야 그중에서 내 스타일을 고를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세계는 너무 빈약했고 그 안에서 취향을 추출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지금까지 나에 대한 질문에 곧잘 대답하지 못한 이유를 깨달았다. 결국 나를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이 필요했고, 더 넓은 세계를 탐색해야 했다. 질문이 많은 삶을 살고 싶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낳는다. 자신에 대한 질문에 열심히 답한다면 자아정체성을 잘 확립할 수 있고, 어떤 분야에 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를 한다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 사회 제도에 대한 자기 생각을 개진한다면 정치관과 세계관이 쌓이지 않을까. 질문이야말로 목적도 방향도 없는 인생에서 사람을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