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는 단수
100일 글쓰기 챌린지 Day 3
아침 운동 후에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다가 손을 닦으려고 하니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았다. 집에 또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급히 메일을 열어보니 아파트에서 오늘 하루 단수와 소방 시설점검이 있다는 내용의 공지 메일이 와있었다. 화장실조차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9시부터 물이 끊겼는데 9시 20분경에 공지하다니, 이런 내용은 최소 하루 전에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에 와서 가장 적응이 어려운 부분은 이런 식의 일 처리다. 우리 아파트는 관리를 잘해주고 대응도 빠른 편이지만 오늘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만약 내가 운동을 끝내고 조금만 게으름을 피웠다면 샤워도 못 하고 꼼짝없이 찝찝한 하루를 보낼 뻔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면했다. 화장실도 쓸 수 없으니 급히 가방을 싸서 학교 도서관에 왔다. 오늘 온종일 있다가 단수가 해결되고 나면 돌아갈 생각으로 간단히 해결할 점심까지 챙겨왔는데, 우습게도 도서관에 도착해 앉자마자 물이 다시 나올 거라는 메일이 왔다. 종일 단수라더니, 이 더운 날씨에 학교까지 기껏 걸어온 보람이 없다. 그래도 오후에 소방 시설점검으로 파이어 알람이 울릴 거라고 하니 어차피 여기까지 온 김에 오후 늦게 돌아갈 참이다. 에어컨도 시원하고 전자기기도 만땅으로 충전해가야지. 방학 중이라 그런지 도서관에 사람도 거의 없어서 조용히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