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기

아침에 일어나니 가족 단톡방에 메시지가 쌓여있었다. 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내용이었다. 언제 어디서 걸렸는지 모르지만 밤새 앓다 병원에 간 엄마는 양성판정을 받았고, 다행히 본가에 며칠 있던 동생은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아빠는 아직 결과를 기다리는 중인지 말이 없었다. 지난 2년 반을 아무도 안 걸리고 잘 버텨왔는데, 내 입국을 일주일 앞두고 가족 중에 확진자가 생겼다. 물론 코로나에 걸린 건 엄마 잘못이 아니지만 나보고 조심하라고 잔소리하던 가족들이 정작 걸렸다는 게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일주일 격리 후 해제라고 하지만 적어도 2주는 지나야 완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한국에 있는 동안 본가에 머물러야 하는 내 입장에선 나까지 의도치 않게 감염돼 꼼짝하지 않고 갇히게 될까 봐 걱정이 훅 몰려왔다. 한 달 정도 한국에 있으면서 할 일도 많은데 코로나까지 도와주지 않는다면 최악이 될 것 같다. 그나마 백신을 3차까지 맞았으니 내 면역력을 믿어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괜히 짜증이 치솟는다. 엎친 데 뒤친 격으로 오늘따라 배도 고프고 잠도 덜 깨 피곤한 상태인데, 밀린 채점까지 오전에 끝내야 해서 짜증이 도무지 식지가 않았다. 남자친구에게도 괜히 불똥이 튈까 봐 통화를 빨리 끊고 혼자 삭히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고 블로그를 켰다. 글로써 감정을 풀어내면 해소가 된다더니 정말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써 내려가면서 점차 짜증이 식고 있다. 신기하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라 털어놓는 건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많이 되나 보다. 평소에 기복이 크지 않은 편인데도 한 번씩 오늘처럼 짜증과 화가 폭발할 때가 있다. 앞으로는 그럴 때마다 글을 써야겠다. 글을 통해 나를 표현하고 때로는 통제하는 힘이 더 강해질 것 같다. 오늘처럼 말이다.